중앙대학교 2025 인문사회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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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라)에는 부탁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제시문 (가), (나), (다), (라)에서 등장인물이 부탁을 수락한 '이유'와 수락한 인물에게 발생한 '결과'를 각각 찾아 하나의 완성된 글로 논술하시오. [40점, 550-570자]
참조 제시문 (가), (나), (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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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4)
(가)
[앞부분 줄거리] 땅 투기로 졸부가 된 최 사장이 마을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든 후 이장 익삼을 통해 알게 된 동네 건달 임종술에게 저수지 감시원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사람이 운수 불길혀서 잠시 잠깐 이런 촌구석에 처백혀 있다고 그렇게 호락호락 보들 마시오! 에이 여보쇼들, 저수지 감시가 뭐요, 감시가! 내가 게우 오만 원짜리 푼수배끼 안 되는 것 같소? 나 임종술이, 이래 봬도 왕년에는 사장님 소리까장 들어 본 사람이요!"
"내가 자네라면은 나는 기왕 낚시질허는 짐에 비단잉어에다 월급 봉투를 한목에 같이 낚어 올리겄네. 그냥 소일 삼어서 감시원 완장 차고 물 가상이로 왔다리 갔다리 허면서……."
"완장요!" 완장이란다! 왼쪽 팔에다 끼고 다니는 그 완장 말이다!
고단했던 생애를 통하여 직접으로 간접으로 인연을 맺어 온 숱한 완장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종술의 뇌리를 스쳤다. 완장의 나라, 완장에 얽힌 무수한 사연들로 점철된 완장의 역사가 바야흐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종술의 가슴을 유혹하고 있었다.
어느 시기나 다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 보려고 몸부림치는 그의 노력 앞에는 언제나 완장들이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완장 앞에서는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었다. 완장 때문에 녹아나는 건 늘 제 쪽이었다. 제각각 색깔 다르고 글씨도 다른 그 숱한 완장들에 그간 얼마나 많은 한을 품어 왔던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완장들을 얼마나 또 많이 선망해 왔던가.
아들한테서 저수지의 감시원으로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순이 내일모레인 운암댁은 삼 년 묵은 체증이 내려앉는 듯한 상쾌함을 맛보았다. 월급 오만 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허는 일도 별로 없구만요. 그저 감시원 완장이나 차고 슬슬 바람 쐬기 겸 대봇둑이나……."
어머니가 느끼는 기쁨이 여간만 큰 것이 아닌 줄 익히 아는지라 종술은 그 기쁨을 더욱 배가할 요량으로 대수롭지 않은 척 무심히 지껄임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운암댁의 귀에는 그 말이 결코 무심하게 들리지가 않았다.
"뭣이여야? 완장이여?" 너무도 놀란 나머지 운암댁은 눈앞이 다 캄캄해 왔다.
"너 그것 안 둘르고 감시원 헐 수는 없냐?"
당치도 않은 말씀이었다.
"에이 참! 엄니는 동네서 사람대접 쪼깨 받고 살라고 그러는 아들이 그렇게도 여엉 못마땅허요?"
"돌아가신 냥반 생각이 나서 안 그러냐."
아버지 말이 나오는 바람에 종술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완장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것도 다아 지 핏줄 탓잇갑다."
"그 완장허고 이 완장은 엄연히 승질부터가 달르단 말이요!"
홧김에 종술은 그예 또 몽니*를 부리고 말았다.
*몽니: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
출처 — 김창원 외, 『문학』, 동아출판, 2019, 119-122쪽 (재구성)
(나)
[앞부분 줄거리] 새로 파수꾼이 된 소년 '다'는 망루가 세워진 황야로 온다. 파수꾼 '가'가 망루 위에서 이리 떼가 몰려온다고 외치면 파수꾼 '나'는 망루 아래에서 북을 두드려 마을에 알린다. 어느 날 파수꾼 '다'는 처음부터 이리 떼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적은 편지를 운반인을 통해 촌장에게 보낸다.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니?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다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애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마을은 늘 안전했어.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다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고,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고,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얘,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다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고 싶어요.
촌장 그것 봐.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고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다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
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가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망루 위에서 파수꾼 '다'가 내려온다.
촌장 애,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다 …… 네?
촌장 마을엔 오지 마라.
다 (침묵)
촌장 그럼, 잘 있거라.
출처 — 신유식 외, 『국어』, 미래엔, 2018, 200-205쪽 (재구성)
(다)
[앞부분 줄거리] ○○시가 재개발된다는 소문을 듣고 이번 기회에 집을 장만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권 씨는 무리하게 거금 이십만 원을 마련하여 철거민의 입주권리를 손에 넣는다. 그러나 입주는커녕 직장과 재산을 잃고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감옥살이까지 한 권 씨는 '나'의 집 문간방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남편이 여전히 벌이가 시원찮은 상태에서 권 씨 부인은 어언 해산의 날을 맞게 되었다. 진통이 시작된 지 꽤 오래되는 모양이었다. 진통이 너무 길고 악착스러운 데 겁이 났던지 권 씨는 부인이 해산되기도 전에 부인을 업고 비탈길을 내려가느라고 한바탕 북새를 떨었다. 북이 북채 위에 업힌 모양으로 권 씨 내외가 우리 집 문간방을 빠져나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한근심 더는 기분이었다. 미역 근이나 사 놓고 기다리다가 소식이 오면 병원에 가 보라고 아내에게 이르고는 출근했다.
오후 수업이 시작된 바로 뒤에 뜻밖에도 권 씨가 나를 찾아왔다. 때마침 나는 수업이 없어 교무실에서 잡담이나 하고 있는 중이어서 수위에게 연락을 받자 곧장 학교 정문으로 나갈 수가 있었다.
"바쁘실 텐데 이거 죄송합니다. 십만 원 가까이 빌릴 수 없을까요!"
내가 잠시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그는 매우 사나운 기세로 말을 보태는 것이었다.
"수술을 해야 된답니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산모나 태아나 모두 위험하대요." (중략)
그것뿐이었다. 그는 수줍게 그 말만 건네고는 언덕을 내려갔다. 별로 휘청거릴 것도 없는 작달막한 체구를 연방 휘청거리면서 내딛는 한 걸음마다 땅을 저주하고 하늘을 저주하는 동작으로 내 눈에 그는 비쳤다. 산모퉁이를 돌아 그의 모습이 벌거벗은 황토의 언덕 저쪽으로 사라지는 찰나, 나는 뛰어가서 그를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돌팔매질을 하다 말고 뒤집힌 삼륜차로 달려들어 아귀아귀 참외를 깨물어 먹는 군중을 목격했던 당시의 권 씨처럼, 이건 완전히 나체구나 하는 느낌이 팍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음을 퍼뜩 깨달았다. 전셋돈도 일종의 빚이라면 빚이었다. 왜 더 좀 일찍이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른다.
산부인과에서는 수술 준비를 갖추고 보증금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운 동료를 주머니를 닥치는 대로 떨어 간신히 마련한 일금 십만 원을 건네자 원장이 바로 마취사를 부르도록 지시했다.
요란한 수술치곤 너무도 쉽게 끝났다. 보호자 대기석에 앉아서 우리 집 동준이 놈을 얻을 때처럼 줄담배질로 네 댓가 다섯 대째 불을 붙이고 나니까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추예요, 고추!" 수술을 돕던 원장 부인이 나오면서 처음 울음을 듣는 순간에 내가 점쳤던 결과를 큰 소리로 확인해 주었다. 진짜 보호자를 상대하듯이 원장 부인이 내게 축하를 보내므로 나 역시 진짜 보호자 입장에서 수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에 나는 강보에 싸여 밖으로 나오는 권기용 씨의 차남을 대면할 수 있었다. 제 어미 배를 가르고 나온 놈답지 않게 얼굴이 두툼한 것이 속이 잘도 생겼다. 병원 건물을 온통 들었다 놓는 억세디억센 놈의 울음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동준이 놈을 낳던 날의 감격 속으로 고스란히 빠져들어 갔다.
출처 — 이성영 외, 『국어』, 천재교육, 2018, 293-305쪽 (재구성)
(라)
상우는 강당을 빌리기 위해 직접 ○○구청을 찾아가 ○○구 공무원과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상우 안녕하세요. 나라 고등학교 일 학년 박상우입니다. 저희 사진 동아리에서 '아름다운 웃음'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려고 합니다. 전시회 장소로 구청 강당을 빌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공무원 학생 동아리라면 학교에서도 전시회를 열 수 있을 텐데 굳이 구청 강당을 전시회 장소로 써야 할 이유가 있나요?
상우 이번 전시회는 우리 학교 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기획했거든요. 그래서 전시회 장소로 학교보다는 구청 강당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무원 우리 구에서는 강당을 주민 공동체 활동 장소로 빌려드립니다. 특정 단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나 상업적인 행사에는 강당을 빌려드리지 않아요. 따라서 먼저 사진 전시회가 어떤 성격인지 알아야 강당을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상우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등학생인 저희가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주제로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할 거예요. 학업 때문에 힘들고 지친 고등학생들에게 힘을 주자는 의미도 있지요.
공무원 그것만으로는 전시회의 공공성이 좀 약합니다. 공공성 측면에서 좀 더 내세울 것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상우 네, 있습니다. 학생들이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학교 사진 동아리 누리집에 올리면 한 장당 일정 금액이 모금됩니다. 그렇게 모금된 돈은 △△어린이 재단을 후원하는 데 사용할 거예요. 이 정도면 전시회의 공공성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참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면 사진 전시회를 우리 구의 사업으로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상우 네, 정말 잘 되었네요. 다음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강당을 빌릴 수 있나요?
공무원 아, 그건 곤란합니다. 다음 주에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저녁 10시까지, 주말에는 토요일 저녁 6시까지만 강당을 사용할 수 있고, 일요일에는 운영하지 않아요. 또한 한 개인 및 단체당 최대 2일까지만 강당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상우 그렇군요. 저희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전시회를 진행해야 해서, 평일에는 저녁 6시 이후부터 3시간씩 강당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전시를 하기에 2일은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공무원 그렇다면 다음다음 주에 전시회를 하시지요. 그때는 강당을 사용하는 행사가 없거든요. 학생들이 강당을 빌려 쓰는 시간이 짧기도 하니, 3일간 쓸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상우 전시회 날짜를 바꾸는 것은 괜찮습니다만, 기간이 4일에서 3일로 줄면 관람객이 적어질 수 있어서 저희에게는 아쉬운 일입니다. 전시회를 여는 3일 동안 최대한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싶은데, 학생들인 저희로서는 지역 주민에게 전시회를 널리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요.
공무원 저희도 바쁘기는 하지만, 전시회의 성격이 좋고 공공성도 충분하니까 홍보할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가 있으니 그 시간을 활용해도 좋겠네요. 제안하신 전시회는 우리 구가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행사를 지원하고, 후원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할 기회이므로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상우 저도 동아리 사진 전시회를 열 공간이 마련되어 기쁩니다. 구에서 홍보를 도와주신다면 성공적인 전시회가 될 수 있겠네요.
출처 — 박인수 외, 『국어』, 비상교육, 2018, 200-203쪽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