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2026 인문사회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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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라)에는 저항을 하는 개인이 나타난다. 제시문 (가), (나), (다), (라)에서 개인이 저항한 ‘이유’와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각각 찾아 하나의 완성된 글로 논술하시오.
참조 제시문 (가), (나), (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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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4)
(가)
(가) [앞부분 줄거리]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철거 계고장*이 배달되자, 가난한 가족은 입주권을 팔고 이사해야 할 처지에 내몰린다.
동사무소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헐어 버린 집들 공터를 가로질러 우리 집을 향해 오고 있었다. 어머니가 밥상을 차렸다. 우리의 밥상에 우리 선조들 대부터 묶여 흘려보낸 시간들이 올라앉았다. 그것을 잡아 칼날로 눌렀다면 피와 눈물, 그리고 힘없는 웃음소리와 밝은기침 소리가 그 마디마디에서 흘러 떨어졌을 것이다. 대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이 집을 싸고돌았다. 그들이 우리의 시멘트 담을 쳐부수었다. 먼저 구멍이 뚫리더니 담은 내려앉았다. 먼지가 올랐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숭늉을 다 마시자 어머니가 밥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어머니가 싸 놓은 짐을 하나하나 밖으로 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나왔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 앞에 종이와 볼펜을 든 사나이가 서 있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이 집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달라붙어 집을 쳐부수었다. 지섭이 사나이를 향해 걸어갔다.
“방금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지섭이 물었다. 사나이는 몇 초 후에야 지섭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말했다.
“삼십 일까지 철거를 하게 돼 있었죠? 시한이 지났어요. 행정 대집행법에 따라 철거 작업을 했습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습니다.” 사나이가 돌아서려고 했다. 지섭이 재빨리 말했다.
“지금 선생이 무슨 일을 지휘했는지 아십니까? 편의상 오백 년이라고 하겠습니다. 천 년도 더 될 수 있지만. 선생은 오백 년이 걸려 지은 집을 헐어 버렸습니다. 오 년이 아니라 오백 년입니다.”
“그만 비켜요.”
“당신이 빚을 놓았습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당신 상부에서. 백여 세대 이상이 여기다 생활 터전을 잡는 것을 몰랐을까요? 빚을 놓은 게 아닙니까? 가서 말해요, 내가 치러대라구.”
설마 하고 서 있던 사나이는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지섭의 주먹이 사나이의 안면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사나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상체를 수그렸다. 우리가 말릴 사이도 없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뒤늦게 몰려와 지섭에게 달려들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치고, 받고, 밟았다.
일은 간단히 끝났다. 지섭은 땅에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지섭을 일으켜 세웠다. 지섭의 얼굴은 피에 젖었다. 피는 머리에서 얼굴로 흘러내렸다. 그들이 지섭을 끌고 갔다. 그들은 올 때처럼 곧바로 공터를 가로질러 갔다.
*계고장(戒告狀): 행정상의 의무 이행을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출처 — 이숭원 외, 『문학』, 좋은책신사고, 2019, 226-231쪽 (재구성)
(나)
(나) 당시의 사회적 통념으로 새로운 가설이 무시되고 과학의 발전이 늦춰질 뻔했던 사례가 또 있다. 1854년 8월 런던의 브로드가에 퍼진 콜레라는 불과 열흘 만에 주민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 갔다. 당시 과학자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오염된 공기로 콜레라가 전염된다고 주장했다. 보통 악취가 나는 하수구나 늪지대 근방에서 전염병이 유행했기 때문에 공기로 병이 전염된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의사 존 스노만은 예외였다. 그는 대담하게도 공기가 아니라 물이 콜레라균의 매개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려고 했다. 그는 빈민가를 돌아다니면서 콜레라의 전염 양상을 관찰하고 발병자와 사망자의 집 위치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최초 발병자의 집 지하에 있는 정화조와 브로드가 지하에 있는 상수도의 거리가 가까운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그는 최초 발병자의 장에서 나온 세균이 정화조와 토양층을 통하여 브로드가의 상수도에 유입되었고, 그 상수도에서 물을 길어 먹었던 사람들이 콜레라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무모한 듯 보였던 존 스노의 연구는 콜레라의 전염 경로를 설명하여 콜레라 예방에 공헌했을 뿐 아니라 현대 의학의 연구 방법에도 큰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존 스노가 오염된 공기로 병이 전염된다는 기존의 지배적 통념에 갇혀 있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콜레라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었을지 모를 일이다. 콜레라의 감염 경로를 밝힌 존 스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의 도약은 대개 이단적 발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용기 있는 이단을 수용할 때에 발전과 도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기존 사회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상한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이다.
출처 — 박안수 외, 『국어』, 비상교육, 2018, 240-241쪽 (재구성)
(다)
(다) 처음부터 고모는 여자를 믿지 못했다. 그런 고모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자주 고모한테 말했다. 우리 식구 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나 시집왔어요. 나 아저씨 좋아요. 여자는 한국말을 꽤 빨리 배웠다. 말끝을 추켜올리는 이상한 억양도 많이 누그러졌고, 피부도 한결 하얘졌다. 그럴수록 고모는 여자를 더 경계했다.
여자가 시집온 지 2년쯤 지났을 때다. 아버지는 저녁이면 여자를 앉혀 놓고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찾아낸 것처럼 아버지는 그 일에 열중했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서면 아버지와 여자가 머리를 맞댄 채 국국거리며 웃기도 했고, 한글 카드로 알아맞히기 게임이나 받아쓰기를 하기도 했다. 어떨 땐 태모 쌀국수를 끓여 밤참으로 먹기도 했다. 젊은 배우들이 출연해 사랑을 키워 가는 드라마를 가까이 붙어 앉아 보기도 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종일 내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여자와 함께 새로운 행복을 키워 가는 듯 보였다.
[중간 부분 줄거리] 외국에서 온 동네의 색시들이 돈을 훔쳐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모는 여자 또한 그럴까 봐 의심한다. 여자는 자신을 의심하는 고모에게 자신은 남편을 사랑하기에 도망가지 않을 거라 말한다. 몇 달 뒤, ‘나’는 읍내 기차역 근처에서 여자가 동남아시아 사내와 이야기하는 장면을 휴대 전화로 찍는다.
역 앞에서 여자가 낯선 사내와 만나는 사진을 나는 아버지와 고모에게 보여 주었다. 고모는 펄쩍펄쩍 뛰었다. 여자를 보자마자 앞섶을 잡아 흔들고 발로 차고 머리카락을 잡아채 마당에 머리를 짓찧기까지 했다. 참다못한 여자가 고모 손목을 비틀어 등 뒤로 꺾어 넘어뜨렸다. 어려서부터 야자 농장에서 일한 여자의 팔 힘은 예상보다 셌다. 나 이 집 식구야. 나 팔려 온 거 아니고, 시집온 거 맞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당신들 다 미쳤어. 나 길거리에서 고향 사람 만났어. 그게 죄야? 그거 우리나라에선 죄 아냐. 당신들 나라 이상해. 여자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고모와 나는 여자의 서슬에 놀라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버지는 영원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법석을 떠는 동안 아버지가 흉분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걸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그것이 내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여자와 나의 인연은 낡은 실밥처럼 약해졌다.
출처 — 정민 외, 『국어』, 해냄에듀, 2018, 275-286쪽 (재구성)
(라)
(라)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회관 앞, 황만근이 직접 심어 놓은 등나무 덩굴 아래, 직접 짠 평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이장이 입을 열었다.
“만그인지 반그인지 그 바보 자석 하나 따문에 소여물도 못 하러 가고 이기 뭐라. 스무 바리나 되는 소가 한꺼분에 밥 굶는 기 중요한가, 바보 자석 하나가 어데 가서 술 처먹고 집에 안 오는 기 중요한가, 써그랄.”
아침밥을 먹기도 전 황만근의 아들이 찾아와 황만근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길래 얼결에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 민 씨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생각하고 참견을 했다.
“어제 궐기 대회 한다 하고 간 사람이 누구누구십니까. 황만근 씨하고 같이 간 사람은요? 궐기 대회 하는 동안 본 사람은 없나요?”
자리에 모인 대여섯 명의 황 씨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더니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민 씨는 이장이 궐기 대회 전날 황만근을 따로 불러 무슨 말을 건네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제 밤에 내일 궐기 대회 한다고 사람들 모였을 때 이장님이 황만근 씨에게 뭐라고 하셨죠. 모임 끝난 뒤에.”
민 씨는 자기도 모르게 따지는 어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왔는데 왜 황만근 씨만 못 오고 있나 하는 겁니다.”
“내가 아나. 읍에 가 보이 장날이더라고. 보나 마나 어데서 술 처먹고 주질러 앉았을 끼라. 백 리 길을 깅운기를 끌고 갔으이 시간도 마이 걸릴 끼고.”
다른 사람들은 말이 없었고 민 씨와 이장만이 공을 주고받는 꼴이 되어 버렸다.
“글쎄, 그 자리에 꼭 황만근 씨만 경운기를 끌고 갔어야 했느냐 이 말입니다.”
“깅운기를 끌고 오라는 기 내 말이라? 투쟁 방침이 그렇다 카이.”
“그럼 이장님은 왜 경운기를 안 타고 가고 트럭을 타고 가셨어요. 이장님부터 솔선수범을 해야 다른 동민들이 따라 할 텐데, 지금 거꾸로 되었잖습니까.”
“내사 민사무소에서 인원 점검하고 다른 이장들하고 의논도 해야 되고 울매나 바쁜 사람인데 깅운기를 타고 언제 가고 말고 자빠졌노. 다른 동네 이장들도 민소 앞에서 모이 가이고 트럭 타고 갔는 거를. 진짜로 깅운기를 끌고 갔으마 군 대회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지. 군청에 갔는데 비가 와 가이고 온 사람도 및 없더마. 소리마 및 분 지르고 왔다. 군청까지 깅운기를 타고 갈 수나 있던가. 국도에 차들이 미치괘이맨구로 쌩쌩 달리는데 받치만 우얘라고.”
“그러니까 국도를 갈 때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경운기를 여러 대 끌고 가자는 거였잖습니까. 시위도 하고 의지도 보여 준다면서요.”
기어이 민 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이장이나 지도자니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방침을 정했으면 그대로 해야지, 양복 입고 자가용 타고 간 사람은 오고, 방침대로 경운기 타고 간 사람은 오지도 않고, 이게 무슨 경우냐구요.”
그러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황만근을 찾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황만근은 돌아왔다. 그의 아들이 그를 안고 돌아왔다. 한 항아리밖에 안 되는 그의 뼈를 담고 돌아왔다.
출처 — 류수열 외, 『문학』, 금성출판사, 2019, 308-314쪽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