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2026 인문계열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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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의 '예술가'의 행위와 제시문 [나]의 '작가'의 행위를 비교하여 논하시오. [30점]
참조 제시문 [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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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2)
[가]
세계는 불연속적인 자극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상호 침투하는 혼돈의 장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자극과 혼돈을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견고한 질서를 갖춘 일상 세계를 위협하는 것들을 감각하지 않아야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은 이러한 태도를 낳는 정신의 성향을 가리켜 '삶에의 주의(注意)'라 표현한다. '주의'란 분산된 정신을 한데 모아 균형을 제공하는 것으로, '삶에의 주의'는 환경에 적응하고자 정신을 집중하여 신체에 유입되는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행위를 선택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인간 존재가 '삶에의 주의'에 의거하여 전체가 아닌 필요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하는 대표적인 예는 지각과 인식이다. 먼저 감각 기관을 통해 대상을 파악하는 지각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사물을 보통 범주화하여 지각한다. 눈앞의 컵은 다른 컵과는 다른 그 컵만의 미묘한 뉘앙스와 고유한 질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개별자가 아닌 컵이라는 일반적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이성적 사유를 통해 대상을 파악하는 인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추상화와 일반화를 통해 개념을 만들어 내며, 그렇게 만들어진 개념을 토대로 무언가를 사유하고 추론하며 판단한다. 추상화란 여러 개체들 사이에서 공통 속성을 추려내는 작업을 일컫는 것으로서, 이 과정에서 개체들의 차이와 특이성은 배제되고 만다. 일반화란 추상화를 통해 추려낸 공통 속성을 공유하는 유개념을 만든 후 대상들을 그 유개념에 끼워 맞추는 작업을 일컫는 것으로서, 이때 유개념에 맞게 그 속성이 임의로 보태지기도 하고 제거되기도 하는 식으로 변형이 이루어진다. 베르그송은 인간의 지각과 인식이 유용성의 논리에 복속되어 보다 용이하게 사물들을 분류하고 관리하고자 왜곡을 감행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그송은 우리가 지각과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생명체 중에서도 고등한 존재자인 인간에게는 '삶에의 주의'와는 다른, '정신의 주의'가 존재한다. 그는 '정신의 주의'를 통해 소환되는 기억은 반복을 통해 학습된 기억과는 구분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것은 반복 불가능하고 우발적이며 무용한 기억으로서, 과거 경험의 세부 사항들을 보존하고 있어 '탁월한 기억'이라고 말한다. 예술가들은 시각 기관에 의해 포착된 상(像) 이면의 모습을, 청각 기관에 의해 붙들린 음향 너머의 소리를 포착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삶에의 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의 지각 기능을 확장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예술가들이 발견해 낸 세계의 모습은 허구가 아니라, 우리가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험에서 배제된 것들로, 이는 '주의의 전향'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베르그송이 자신의 예술론에서 예술가들은 탁월한 관찰자를 넘어선 탁월한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출처 — EBS, 『2023학년도 수능 연계 교재 수능특강 국어영역 독서』, 한국교육방송공사, 2022, 298~299쪽 (재구성)
[나]
문학비평가 다르코 수빈은 SF를 인지와 낯섦의 상호 작용인 '인지적 낯섦'이 나타나는 장르로 규정하였다. 인지한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고, 어떤 대상을 낯설게 느낀다는 것은 실제로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새롭게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지와 낯섦은 반대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수빈은 SF가 인지와 낯섦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작가의 경험적 환경에 대안이 되는 상상의 틀이 SF의 주요 형식적 장치가 된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작가의 경험적 환경은 우리가 실제 살고 있는 현실을 의미하며 이는 현재 과학 기술의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작가의 경험적 환경은 모두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인지의 영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상의 틀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SF 작품에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우주선이 등장한다고 하자. 수빈은 SF 작가가 고안한 낯선 것이 단지 상상력을 표현하는 작품 속 장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낯섦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며 느낀 이 낯섦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낯섦으로 이어진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실을 낯설게 느끼며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빈은 SF의 낯섦은 단지 새로운 것을 접하며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현실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출처 — EBS, 『2026학년도 수능 연계 교재 수능특강 국어영역 독서』, 한국교육방송공사, 2025, 49~50쪽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