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2026 인문계열 오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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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분 0초 · 권장 90분인문계열(오후1) 문제1분량 1,200자
(가)와 (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정한 주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한 후, 이를 바탕으로 (다)에 등장하는 ⓐ와 ⓑ의 언행을 각각 평가하고, 이러한 개인들의 행태가 어떤 사회적 함의를 지니는지 서술하시오.
참조 제시문 (가), (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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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3)
(가)
두 존재가 야생에서 처음으로 대면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에 주목해 보자. 두 존재는 대면 이전에는 스스로의 의식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간주하여 자신의 욕망을 모든 것의 척도로 삼아 왔다. 그런데 두 존재의 의식은 자신과 다른 욕망을 가진 의식을 대면한 이후 상대의 힘을 깨닫고 자신의 욕망을 객관적 척도로 삼기 위해 죽음을 다해 투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각 의식이 상대방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기의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의식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자신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쟁에서 승리한 의식은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노예로 종속시키기로 결정한다. 이때 승리한 존재는 노예의 인정을 통해 주인으로서의 자기의식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반면에 노예는 자신과 인간의 한계를 이해함과 동시에 주인이 스스로를 인정받기 위해 노예인 자신에게 의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주인은 자연에 관여하지 않은 채 모든 육체적 노동을 노예에게 위임하고, 노예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제품을 스스로 생산한다. 노예는 점점 더 세련된 제품을 생산해 냄에 따라 자신이 창조자임을 발견한다. 주인은 노동을 통한 자기 성찰을 완전히 결여한 채 전적으로 노예의 생산물에 의존하여 살아가게 된다.
출처 — 구정화 외, 『사회·문화』, 천재교육, 2020, 133~135쪽 (재구성)
(나)
모든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확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도덕을,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그 준거를 기준으로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으로 구별해 보기로 하자. 이때 '주인'과 '노예'는 신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속성이나 자질을 표상하는 지칭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도덕은 권력의 유무나 강약과는 무관하며, 한 인간 내부에서도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주인 도덕의 체계에서 인간은 고유의 내재적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스스로 가치를 창조한다. 그 가치는 행동의 내재적인 동기이자 준거가 되므로 도구적 유용성을 떠나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인 완결성을 가진다. 이에 비해 노예 도덕의 체계에서 인간은 어떤 악인(惡人)이 외부에 있고 그와 대조되는 상으로서 선인(善人)이 상정되고, 스스로 그 선인의 자리에 자신을 배치한다. 그리하여 그 악인을 고통의 원인으로 간주하면서 그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배출할 통로를 찾는다. 이때 그들은 악인으로 상정된 존재는 물론 제삼자인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혹은 악인으로 상정된 존재에 대한 감정을 감춘 채 그에게 순응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자기 보존과 확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들은 가혹한 횡포를 정의로, 겁 많은 비열함을 겸손으로 미화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도덕적 덕목들을 자기 보존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처럼 노예 도덕의 취약성은 외재적 준거를 충족하려는 데서 비롯된 자기기만에 있다.
출처 — 김국현 외, 『생활과 윤리』, 비상교육, 2020, 80~85쪽 (재구성)
(다)
[앞부분 줄거리]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하급 관리로서 평생 서류를 정리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낡은 외투가 입을 수 없을 정도로 해져서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새 외투를 마련한다. 그러나 새 외투를 입은 첫날 강도에게 외투를 빼앗긴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로는 외투를 언제 되찾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동료의 조언을 듣고 외투를 한시라도 빨리 찾기 위해 한 고위층 인사를 찾아가기로 한다.
동료가 ⓐ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추천한 ⓑ 이 고위층 인사도 원래는 마음이 선량하여 동료들에게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장관이라는 직위가 그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장관직을 얻게 된 다음부터 그는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더니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완전히 알지 못했다. 비슷한 지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점잖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대부분은 현명하게 처신했다. 하지만 한 직급이라도 자신보다 아래인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아주 졸렬할 정도로 단순해졌다. 입을 꼭 다물어 버려 남들 보기에도 딱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이를 깨닫고 훨씬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할 정도였다. 종종 그의 눈에서 재미있는 대화나 무리에 끼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정체되어 있었다. 너무 넘치게 베푸는 것은 아닐까, 너무 격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품위가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사고방식 탓에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침묵을 지켰고 가끔 짤막하게 한마디씩 내뱉은 것이 전부였으므로, 결국에는 따분한 인간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이런 사람을 우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찾아간 것이다. 그것도 가장 안 좋은 시간에 찾아갔으니, 이 고위층 인사에게는 마침 적시에 나타나 준 것이지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는 사실 최악의 순간이었다. 고위층 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못 만나다가 바로 얼마 전에 찾아온 어린 시절의 오랜 지기와 더없이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사람이 찾아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는 짤막하게 물었다.
"누구야?"
그러자 "무슨 관리랍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래! 기다려야겠는데, 지금은 바쁘니까."
고위층 인사가 말했다.
여기서 이 인사의 말이 거짓말임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미 친구와 장시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미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다가 그저 서로의 넓적다리를 툭툭 치며, "그렇게 됐군, 이반 아브라모비치!" 혹은 "그러게, 스체판 바를라모비치."라고 입을 떼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찾아온 관리를 기다리게 함으로써, 관직을 떠나 오랫동안 시골에 묻혀 있던 친구에게 자신을 만나러 온 관리를 얼마나 오래 현관에 세워 둘 수 있는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내 잡담을 실컷 하고 흡족한 기분으로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등이 젖혀지는 안락한 의자에서 담배까지 피운 다음에야, 그는 마치 갑자기 생각나기라도 한 듯 문가에 보고서를 들고 서 있는 비서에게 말했다.
"그래, 거기 관리 하나가 기다리는 것 같은데, 들어와도 좋다고 하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겸손해 보이는 외모와 낡은 제복을 발견한 고위층 인사는 느닷없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장관직을 얻기 일주일 전부터 방에서 혼자 거울을 보고 일부러 연습하여 익혀 놓은 딱딱 끊어지는 정확한 음성이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미리 어느 정도 겁을 먹고 최선을 다해 언변이 닿는 대로 평소보다 더 자주 '저……'를 섞어 가며 완전히 새것인 외투를 무지막지하게 강탈당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다. 총감이나 다른 누군가가 외투를 찾아 주도록 청원을 좀 해 주십사 찾아왔다고 말했다. 장관은 왠지 모르게 그 같은 친숙한 태도가 버르장머리 없게 느껴졌다.
"귀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오?"
그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절차도 모르나? 어디에 들른 거요?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몰라? 그런 일이라면 먼저 관공서에 문서로 제출했어야지. 그러면 관공서에서 계장과 부장을 거쳐 비서에게 전달될 테고, 그다음 비서가 내게 보고할 텐데……."
"하지만 각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겨우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은 정신을 수습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때 그는 땀이 무섭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각하께 감히 폐를 끼치고자 결심한 것은 사실 그 비서라는 사람들은 좀 믿을 수가 없어서……."
"뭣이 어쩌고 어째?"
고위층 인사가 말했다.
"어디서 그런 정신 상태를 갖게 됐나? 그런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젊은이가 상관이나 윗사람 앞에서 이렇게 난폭하게 굴다니!"
아마 이 고위층 인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이미 오십 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만일 상대적으로 젊은이라고 불릴 수 있다 해도, 그것은 그가 일흔 살 먹은 노인과 비교될 때뿐이었던 것이다.
"지금 얘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나? 누구 앞인지 아느냐고? 도대체 알기나 해? 알기나 하는 말일세! 대답해 봐."
이 순간 그는 발을 구르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무서워할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몸이 떨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만일 경비원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그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실려 나갔다. 기대 이상의 효과에 만족한 고위층 인사는 자신의 말 한마디로 사람의 정신까지 빼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완전히 도취하여 곁눈질로 친구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의 친구조차 어쩔 줄 모르고 공포감마저 느끼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는 또 한 번 만족했다.
-니콜라이 고골, 〈외투〉
출처 — 방민호 외, 『독서』, 미래앤, 2020, 214~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