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2026 인문계열 오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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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 ㉠을 활용하여 (나)의 상황을 설명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을 중심으로 (다)의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
참조 제시문 (가), (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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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3)
(가)
우리가 X를 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는 앎은 우리 자신의 사회적 행동을 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 이러한 앎은 갑과 을이 각각 X를 알고 있다는 개인 지식이나 갑과 을 모두 당연히 알아야 하는 X라는 상식 그 자체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를 아는지 여부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사회적 맥락에 어울리고 공동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나아가 우리가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지키거나 바꾸는 일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판단한다.
가령, 어떻게 우리는 10,000원짜리 지폐를 마음 편히 사용할까? 이 지폐가 10,000원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우리가 이 지폐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려면 단지 각자가 지폐의 가치를 안다는 사적인 지식을 넘어서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폐의 가치를 안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지폐가 단지 무용한 종잇장이 아니라 특정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사회적 약속의 결과임을 확신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어느 날 10,000원짜리 지폐의 가치가 조만간에 폭락할 것이라는 사실이 그 사회 안에서 급작스레 공통의 앎으로 폭증한다면, 사람들은 당장 모든 종이돈을 팔아서 그에 상당하는 금으로 바꾸려 할 것이다.
이처럼 '모두가 안다는 것에 대한 모두의 앎'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유행, 관습, 계약, 규범, 제도, 법, 체제 등에 대한 집단행동의 조정과 이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동을 설명할 때에도 유용하다. 그리고 ㉢ 그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독재 권력은 감시와 검열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을 개인 안에 가두어 억압하지만, 그렇게 억압된 앎이 일련의 공개적 사건을 통해 순식간에 집단이 공유하는 앎으로 전환됨으로써 광범위한 시민 불복종이나 민주주의 개혁을 이끈다면, 이는 긍정적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마땅히 개인의 사적 지식으로 남아야 할 유명인의 사생활을 강제로 들추어내어 인터넷에 폭로 게시물을 올리고 무도한 댓글과 집단 공격으로 해당 인사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혐오 문화의 만연을 조장한다면, 이는 강제된 앎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이다.
(나)
옛날 어느 나라에 새옷 입고 멋내는 것만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옷을 갈아입느라 매일같이 신하들에게 새옷을 지어 내라고 다그쳤다. 하루는 이웃 나라의 재봉사 형제가 임금의 소문을 듣고 성을 찾아왔어.
“임금님, 저희는 세계 최고의 재봉사랍니다. 게다가 어리석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기한 옷감도 잘 짤 수 있습니다.”
임금이 크게 반기며 오동나무로 만든 베틀과 북은 물론이고, 금실과 은실, 온갖 보석까지 아낌없이 형제에게 내주었어.
재봉사 형제가 옷을 짓기 시작한 지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어느덧 일 년이 지날 무렵, 견디다 못한 임금이 신하에게 형제가 무얼 만드는지 살피라고 명했어. 이에 신하가 형제의 작업실을 찾아가니, 재봉사가 있지도 않은 옷을 들어 보이는 척하면서 호들갑스럽게 말했지.
“이것 좀 보십시오. 무지갯빛이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어, 옷이 어디 있지?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하지만 신하는 자기더러 어리석다고 할까 봐 더럭 겁이 났어.
“오, 이렇게 멋진 옷은 처음 보았소.” 신하는 눈치를 보며 거짓말을 하고는 재봉사 형제를 임금에게 데려갔지.
“임금님, 새옷을 다 지었습니다.”
형제가 커다란 상자에서 옷을 꺼내 임금에게 입혀 주는 시늉을 하며, “이 고운 빛깔과 아름다운 무늬를 보세요. 새털처럼 가볍고 정말 근사한 옷입니다. 임금님께 아주 잘 어울리는 옷이에요.”라고 아첨했어. 함께 있던 신하들도 모두 거들었지.
임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 의아했지만, 신하들 앞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될까 봐 점잖게 말했지.
“아주 멋진 옷이구나. 이 옷을 입고 백성들 앞에서 행진할 것이다.”
팜파라 밤 팜! 임금의 행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어. 백성들은 벌써 새옷을 보려고 성 앞에 가득 모여 있었지.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이래.”
잔뜩 기대하던 백성들은 벌거벗은 임금을 보고 화들짝 놀랐어. 하지만 손뼉을 치며 임금의 옷을 칭찬했지.
“역시 멋진 옷은 달라.”
벌거벗은 임금은 입이 쫙 벌어져서 한껏 뽐내며 행진을 시작했대.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어.
“하하하! 저것 좀 봐! 임금님이 벌거벗었어.”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지.
“정말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백성들은 점점 더 큰 소리로 웃어댔어.
임금은 너무나 창피해서 온몸이 빨개졌지만 그렇다고 행진을 멈출 수는 없지. 벌거벗은 임금은 끝까지 의젓한 척 걸었단다. 신하들도 얼굴을 붉힌 채 임금 뒤를 따랐어.
출처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벌거벗은 임금님』, 1837 (재구성)
(다)
한 지역의 공직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소수의 지역 인사들이 모인 행사에서 특정 배경의 유권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주류 공영방송인 A 매체는 해당 후보자의 발언을 중요한 공적 사안으로 판단하고 관련 심층 취재를 진행한 뒤 사실에 기반하여 이 발언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보도를 주요 뉴스로 연이어 내보냈다. 이튿날에도 A 방송사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후속 보도를 방영했고, 관련 뉴스 기사들은 A 방송사의 공식 누리 소통망(SNS) 채널에도 공유되어 순식간에 수십 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틀 후, 온라인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누리 소통망 채널 B는 A 방송사가 해당 후보자의 발언을 터무니없이 과장하여 보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짧은 영상 수십 개를 제작하여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B 매체는 문제의 후보자가 소속된 특정 정파의 지지자들이 주를 이루는 대규모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해당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대다수는 A 방송사가 이전부터 줄곧 특정 정치 성향의 인물들에 대한 편파 보도를 일삼아 왔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 영상들은 구독자들과 지지자들에 의해 수없이 반복적으로 조회되었고, 댓글 창에는 A 방송사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각종 비방 글이 폭증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A 방송사의 누리 소통망 채널에도 악성 댓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관련 영상들은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삽시간에 온라인으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