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2026 인문·체육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1 / 2(Ⅰ)문항
0분 0초 · 권장 120분(Ⅰ)문항 논제 Ⅰ분량 801자 이상~900자 이하
[다]의 시각에서 [가]와 [나]의 입장에 대해 평가하시오.
참조 제시문 [가], [나], [다]
0 / 3,000자 · 최소 300
0 / 2 문항 작성됨
제시문 (3)
[가]
모화는 소복 단장에 쾌자까지 두르고 온갖 몸짓, 갖은 교태를 다 부려가며 손을 비비다, 절을 하다, 덩싯거리며 춤을 추다 하고 있다. 부두막 위에는 깨끗한 접시불(들기름불)이 켜져 있고, 그 아래 차려된 소반 위에는 냉수 한 그릇과 흰 소금 한 접시가 놓여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지금 막 그 마지막 불꽃이 나불거리고 난 새빨간 불에서 파란 연기 한 오리가 오르는 『신약전서』의 두꺼운 표지는 한 머리 이미 파리한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모화는 무엇에 도전이나 하는 것처럼 입가에 야릇한 냉소까지 띠며, 소반에 얹힌 접시의 소금을 집어 인제 연기마저 사라진 새까만 재 위에 뿌렸다.
“서역, 십만 리 예수귀신이 돌아간다
당산에 가 노자 얻고 관묘에 가 신발 신고
두 귀에 방울 달고 방울소리 발맞추어
재 넘고 개 건너 잘도 간다
인제 가면 언제 볼꼬, 발이 아파 못 오겠다
춘삼월에 다시 오랴, 배가 고파 못 오겠다……”
모화의 음성은 마주(魔酒) 같은 향기를 풍기며 욱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 보석 같은 두 눈의 교태와 쾌잣자락과 함께 나부끼는 손짓은 이제 차마 더 엿볼 수 없게 욱이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이었다. 욱이는 가위눌린 사람처럼 간신히 긴 숨을 내쉬며 뛰어 일어났다. 다음 순간,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방문을 뛰어나온 그는, 부엌문을 박차고 들어가 소반 위에 차려놓은 냉수 그릇을 집어들려 하였다. 그러나 물그릇을 집어들기 전에 모화의 손에는 식칼이 번득이고 있었고, 모화는 욱이와 물그릇 사이에 식칼을 두르며 조용히 춤을 추는 것이었다.
“엇쇠, 귀신아 물러서라
너 이제 보아하니 서역 삼만 리 굶주리던 잡귀신하
여기는 영주 비루봉 상상봉혜
깎아질린 돌벼랑혜, 쇤 길 청수혜, 엄나무 발에
너희 올 곳이 아니다
바른손에 칼을 들고 왼손에 불을 들고
엇쇠, 서역 잡귀신하, 썩 물러가라.”
이때, 모화는 분명히 식칼로 욱이의 면상을 겨누어 치려 하였다. 순간, 욱이는 모화의 칼날을 왼쪽 귓전에 느끼며 그의 겨드랑이 밑을 돌아 소반 위에 차려놓은 냉수 그릇을 들어 모화의 낮에 그릇째 끼얹었다. 이 서슬에 접시의 불이 기울어져 봉창에 붙었다. 욱이는 봉창에서 방 안으로 붙어 들어가는 불길을 잡으려고 부두막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물그릇을 뒤집어쓰고 분노에 타는 모화는 욱이의 뒤를 쫓아 칼을 두르며 부두막으로 뛰어올랐다. 봉창에서 방 안으로 붙어들어가는 불길을 덮쳐 끄는 순간 뒷등어리가 찌르르하여 획 몸을 돌이키려 할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은 허옇게 이를 악물고 웃음 웃는 모화의 품속에 안기어 있었다.
출처 — 김동리 외, 『독 짓는 늙은이 학 무녀도 역마 백치 아다다』, 창비, 2005, 73~75쪽
[나]
“혼종적(hybrid) 존재는 근원적으로 주변인데 세상을 바꾸면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어. 무척 재미있는 질문인데, 주변과 중심을 너무 양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출처 — 홍성욱, 『하이브리드 세상 읽기』, 안그라픽스, 2003, 22~23쪽 (재구성)
이미지
그림 왼쪽을 보렴. A는 세상의 중심에 있고 B는 주변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그런데 A가 중심이고 B가 주변이라는 것은 이 작은 동그라미 속 세상에서만 그런 거야.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 오른쪽을 보렴. 이 확장된 세계에서는 오히려 B가 중심에 가깝지 않니? 이렇게 하나의 세계로 놓고 보았을 때 주변 혹은 변방에 위치했던 사람도 두 세계가 중첩된 경우에는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단다.
주변이라는 것을 서로 다른 두 세상이 접하는 지점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리학적인 비유를 들자면, 도시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해. 하나는 베니스, 암스테르담, 런던, 홍콩과 같은 경계 지역(edge place)으로 이질적인 사람, 문화, 교역의 연결점 역할을 하는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 모스크바, 바그다드와 같은 중심(center)으로서 거대한 제국이나 관료제의 수도, 혹은 종교의 성지 역할을 하는 도시지. 경계 지역의 문화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적이며 혼종적이며 외부로 쉽게 없이 뻗어나가는 특성을 지니는 데 반해, 중심 문화는 정체와 부동의 특성을 지니지. 그렇다면 혼종성(hybridity)은 부동의 중심이기보다 변화와 발전의 소용돌이 그 프론티어에 위치한다고 할까?
이것이 내가 변방이 창조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란다. 소위 중심의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변방에서는 의심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거든.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처럼 창조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이들이 모두 태어난 곳과는 다른 곳에서 활동했던 공통점을 가졌음을 밝혀내었던다. 이는 서로 다른 두 세상이 접합되는 접점이 창조성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 협동 연구가 종종 혁신적인 결과를 내놓는 것도 서로 다른 두 세상이 섞일 때 창조적 통찰력이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지.
[다]
대문자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은 본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이자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것은 사전상의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유대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인, 팔레스타인인 등 다양한 '이산의 백성'을 좀 더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소문자 보통명사 디아스포라(diaspora)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착륙 이후 수백만, 일설에 의하면 2,000만에 이르는 아프리카인들이 신대륙으로 끌려갔다. 그들과 그 자손을 블랙 디아스포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19세기 이후부터 많은 중국인들이 쿨리(coolie)라는 모멸에 찬 이름의 하층 노동자가 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는데 이들이 차이니즈 디아스포라. 이전에 아메리카 서해안을 여행하던 중에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하는 길에 차이니즈 캠프라는 마을을 지나간 적이 있다. 대륙횡단철도의 건설공사에 투입된 중국인 노동자들의 숙명이었던 곳이다.
나는 근대의 노예 무역, 식민 지배, 지역 분쟁 및 세계 전쟁, 시장경제 글로벌리즘 등 몇 가지 외적인 이유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말로서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사용한다.
조선 사람들 역시 과거 한 세기 동안 식민 지배,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군사정권에 의한 정치적 억압 등으로 인해 상당수 사람들이 뿌리의 땅인 한반도로부터 세계 각지로 이산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총수는 현재 대략 600만 명이라고 한다. 재일조선인은 그 일부이며 나는 그 중 한 사람이다.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세계 분할과 식민지 쟁탈전 이후, 전 세계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태어나 자란 땅을 떠나야 했을까. 더욱이 그들 디아스포라는 이주한 땅에서도 언제나 이방인이며 소수자다. 다수자는 대부분 조상 대대로 전해내려 온 토지·언어·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견고한 관념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안에 있는 한 다수자들에게는 소수자의 진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그 진정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정되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대상도 그것을 보는 편이 불안정하게 움직일 때는 달리 보인다. 다수자들이 고정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던 사물이나 관념이 실제로는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것이라는 사실이 소수자의 눈에는 보인다. 나는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는 동안 각 장소에서 다양한 사회적 양상과 예술 작품을 접했다. 한 사람의 디아스포라로서 나는 그들을 테마로 현대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유래와 의의를 탐색하고자 한다. 디아스포라라는 존재의 모습이 근대 특유의 역사적 소산이라고 한다면, 이 시도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근대'를 다시 보는 것, 그리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 돌베개, 2006, 13~15쪽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