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2024 인문계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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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에 나타난 세계 시민주의의 변화를 설명하고, 제시문 [나]의 옹정제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히에로클레스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참조 제시문 [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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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2)
[가]
키니코스학파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어떤 사람이 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금욕적인 태도를 추구하며 세속의 가치를 부정했던 디오게네스는 참된 가치와 거짓 가치의 차이만이 유일한 구분이고 다른 구분은 쓸데없다고 여겨서, 어디 출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같은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키니코스학파의 세계 시민주의는 정치적 공동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관습이나 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연적 공동체를 추구한 것이었다. 이들은 세계 시민의 개념에 해당하는 우주적 국가의 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인류를 세계 시민으로 전향시키고자 했다. 키니코스학파의 세계 시민주의는 이후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적 원리에 의해 구성된 우주에 일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스토아학파로 이어졌다.
키니코스학파 철학의 영향을 받은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 제논은 온 인류가 동료 시민이며 기존의 공동체를 넘어서 하나의 삶의 방식과 질서로 다스려지는 세계 공동체를 지향했다. 초기 스토아학파는 우주 혹은 자연에 일치하는 삶이 기존의 정치 체제인 폴리스(polis)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이들은 인류의 공동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속한 폴리스든 다른 폴리스든 어느 곳에서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초기 스토아학파는 세계 시민권을 우주 혹은 자연의 법칙에 일치해서 사는 자에게 한정하고, 인류 전체의 유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다.
하지만 세계를 지배하고 다스리려는 로마 제국과 코스모폴리스* 자체를 동일시한 로마 시대의 스토아학파는 로마의 시민권을 이성을 가진 온 인류로 확장하면서 로마에 대한 소속감 내지 애국심을 강조했다. 이를 동심원의 비유를 통해 표현한 스토아학파 철학자 히에로클레스는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 지역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에게 지역적 소속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연속적인 동심원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가장 내부의 원은 우리 자신의 마음이고, 두 번째 원이 직계 가족이며, 세 번째 원은 친족, 네 번째 원은 이웃과 동료 시민, 이웃한 도시의 주민 등이다. 그리고 내부의 모든 원을 포함하는 맨 마지막 원은 인류 일반이다. 이때 우리의 목표는 동심원들이 가능한 한 중심을 향해 가깝게 모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 번째 원에 속하는 사람들이 마치 두 번째 원에 속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그들을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EBS, 『EBS 수능특강 독서』, 한국교육방송공사, 2023, 39쪽 (재구성)
* 코스모폴리스: 우주 전체를 하나의 폴리스로 간주하여 지칭한 용어.
[나]
청나라 황제 옹정제가 만주족의 통치에 저항한 한족 지식인 증정(曾靜)을 다음과 같이 신문(訊問)하였다.
“너는 역모를 꾀한 서신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사람과 동물을 낳을 때, 천리(天理)에서는 하나지만 기질(氣質)에 따라 구별이 있게 하였다. 중원에서 태어나 올바름을 얻고서 음양의 덕이 합해지면 사람이 되고, 사방의 변경에서 태어나 마음이 치우치고 음험하여 간사하고 올바르지 않으면 금수(禽獸)가 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금수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대개 거주하는 곳이 아주 멀고 언어와 문자가 중원과 서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원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변경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사람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금수는 모두 천지 가운데 존재하여 똑같이 음양의 기운을 부여받는데, 그중에 영명하고 빼어난 것을 얻으면 사람이 되고, 치우치고 이상한 것을 얻으면 금수가 된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은 인의(仁義)를 알지만, 금수에게는 윤리(倫理)가 없는 것이다. 어찌 태어난 곳이 중원인지 변경인지를 근거로 사람과 금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만약 너의 말대로라면, 중원은 음양이 화합하는 땅이라 오직 인간만 태어나야 할 것이며, 그 공간에 금수가 살아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어찌 중원의 땅 곳곳에 사람이 금수와 뒤섞여 함께 거주하며, 금수의 무리가 인류보다 훨씬 많은 것인가? 더구나 인류 가운데 어찌 너처럼 무엄하게 반역을 꾀하여 천량(天良)을 상실하고 인류를 절멸시킨 금수만도 못한 물건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출처 — 옹정제 지음, 이형준, 최동철, 박윤미, 김준헌 옮김, 『대의각미록』, 도서출판 b, 2021, 138-139쪽 (재구성)